1. 시작하며
21년 11월부터 22년 4월까지 6개월 간 F-Lab의 멘토링을 수료했다.
그동안 여러 궁금증도 해소하고, 내 문제점들도 파악하고, 많은 개발자 분들과 교류도 하고, 크고 작은 서비스 회사에 면접을 보는 기회도 얻고, 운이 좋게도 그 중 몇몇에는 합격하기도 햇다. 정말로 치열한 백엔드 개발자 시장에서 합격한 대로 입사하는 마냥 쫓아가기만 하는 상황에서 선택이라는 사치를 아주 조금이나마 부릴 수 있는 정도는 된거 같고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hopefully) 익힌 것 같다.
약 반년 전 까지만해도 방황하던 나를 더 나은 상황에 있게 만들어준 F-Lab의 백엔드 개발자 멘토링에서 경험한 것들을 공유해본다. F-Lab의 멘토링을 고민하고 있을 또 다른 개발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2. Before : 멘토링 전
내가 멘토링을 시작하기 전 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2.1. 나의 Hello World
나름 개발자 시장에서 썩 유리하지 않은 조건을 두루두루 갖추고 시작한 것 같다.
- 대학중퇴(=고졸)
- 비전공
- 국비지원 부트캠프
- 지인 중 개발자 없음
처음 시작할 때는 물어볼데가 너무 없어서 혼자 다 찾아보면서 공부했다. 노트북/컴퓨터는 영화볼 때만 사용했었다. 백엔드 부트캠프에서 만난 분들 보면 대부분 지인 중에 개발자 한 두명 쯤은 있어서 물어볼 데가 있었는데, 나는 없었다. 못 찾은건가? 배울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지런히 공부했다. 운좋게 부트캠프가 끝나고 바로 취업할 수 있었다.
2.2. 고민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입사 후에 부지런히 일했다. 일하면서 겪는 모든게 처음이라 일을 하기 위해 공부하며 지냈다. 그렇게 1년 좀 넘게 살다보니 벽에 부딪혔다. 벽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많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 지금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가?
- 이렇게 부지런히 하면 인정 받을 수 있을까? 성장하는건가?
- 이렇게 몇 년이 지나면 내가 꿈꾸던 대로 최소 수백만명 규모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을까?
예상컨데 이런 고민들은 정말 많은 주니어, 신입 개발자들이 겪었을 것이다. 그런 고민들이 있는 것도 속상한데 어떻게 해소 할 방법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2.3. F-Lab 첫만남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킹갓 구글의 추천-알고리즘은 나에게 F-Lab의 홍보글을 나에게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기 시작한다. 설명을 보면 "이거다!" 싶었지만 아래와 같은 걱정들 때문에 바로 시작하지 못했다.
- 아는 게 별로 없는데.... 내가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
- 일은 직장에서 배우는 것 아닌가?
- 비용만큼의 가치를 내가 얻어낼 수 있을까?
신청할까, 말까, 할까, 말까... 하면서 주변에 의견을 구해봤다. 내가 멘토링 효과에 대해 전혀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주변에서도 좀 더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러갔다.
2.4. 간만에 실패
그 와중에 또 킹갓 구글의 알고리즘은 나에게 Google 인턴십, 당근마켓 인턴십을 추천해줬다. 나는 가소롭게도 "아, 면접이라도 한번 봐볼까?" 하면서 남들 다 가고 싶어하는 그 구글과 당근마켓이라는 회사에 내 이력서를 틱 제출했다. 물론 칼같이 서탈(서류 탈락)했고 진심어린 서류탈락 이메일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너무 빠른 서탈 후 느낀점은 다음과 같았다.
- 내 짧은 개발경력의 무엇을 이력서에서 내세워야 하는지를 모른다.
- 내세울게 없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 사실 내가 한 일이 경력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잘 몰랐다.
이쯤되니 스스로 상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이 상태로 라면 내 커리어는 데굴떼굴 굴러다닐 것 같았다. 너무 많이 틀어져버린 내 커리어 모멘텀을 올바른 방향으로 틀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결심했고 퇴사 후 풀타임으로 멘토링에 임했다. **참고로 풀타임이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 After : 멘토링 후
참고로 멘토링 후 나의 모습은 아마 위 이미지으 ㅣFinn the Human(하얀모자)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멘토링 전과 비교해보면 정말 많이 발전한게 보인다. 많은 것을 얻었고 배웠다. 내가 부족해서 아직 제대로 소화시키지는 못했지만! 내가 멘토링을 통해 배운 몇 가지를 적어본다. 다소 추상적일 수도 있다.
3.1. 깊게 학습하는 법을 배웠다.
"deep digging, 깊게 찾아본다, 깊게 학습한다" 와 같은 표현들은 F-Lab에서 처음 접해봤다. 얼핏들으면 너무 추상적이기만 표현이지만 깊은 학습이 내가 가장 부족했고 찾아오던 멘토링 전과 후의 나를 비교해보면 정말 더 깊게 고민하고 학습하는게 느껴진다.
멘토링 과정에서 "왜죠?" 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멘토링 전 가볍게 블로그 몇개 스윽 훝어보고 멘토님을 뵙는 날에는 대화가 금방 끝나고 그러면 나는 부끄럽고 나는 그게 싫어서 더 많이, 더 세밀하게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공식문서도 여러 번 레퍼런스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야 좀 걱정이 덜 했다. 내가 공부하는 내용과 작성하는 코드와 내리는 design decision들에 얼마나 많은 고민들이 녹아나있는지, 얼마나 빽빽하게 요구사항들을 정의하고 의도한대로 녹여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3.2. 높은 퀄리티의 정보를 찾아보는 습관을 얻었다.
"깊은 학습"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공부 많이해서 많이 아는 것 같은데 깊게,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라는 피드백을 여러번 받았다. 노력은 크게 부족하지 않아보였다. 대신 내가 공부하는 내용의 깊이, 정보의 질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좋은 기술 블로그들이 많다. 하지만 속상하게도 모든 블로그 포스트의 퀄리티가 높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잘못된 정보도 문제인데 그게 퍼지고 퍼지면 모두가 잘못된 것을 공부하게되고 그게 사실인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게 무섭고 그것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제대로된 정보를 디테일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멘토님은 공식문서와 책을 강조하신거 같다. 분명 이유는 들었는데... 다른 이유였나....? ㅜㅜ 만든 사람들이 직접 쓰거나 자타공인 전문가가 쓰는 책과 공식문서인만큼 믿음직스러울 수가 있을까? 아무튼 요즘은 공부하는 시간만큼 어디서 지식을 습득하는지도 중요하게 여기며 공부하고 있다.
3.3. 1번과 2번 항목 적용 사례
1번과 2번이 너무 추상적인 것 같으니 3.1, 3.2 항목 통해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가볍게 소개한다.
일하면서 Elastic의 LogStash가 필요했던 적이 있다. 당시 LogStash는 처음이었다. LogStash 를 적용하며 개인적으로 LogStash 공식문서를 통해 Execution Model, 스레드 모델, 성능 튜닝, 내부 아키텍처 등의 "깊이있는 정보"들을 찾아서 공부했다.
이후 LogStash 의 JDBC Input Plugin 속도가 너무 빨라 프로덕션 데이터베이스에 부하가 발생하는 문제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JDBC Input Plugin 자체에서는 직접적인 해결방법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 해결방법을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나는 LogStash의 내부 메모리 구조, LogStash 파이프라인의 스테이지간 메시지기반 통신방법, 스레드 모델 등을 고려하면서 문제해결에 접근하면서 그 내용을 팀과 공유 했고 결국 LogSatsh의 스레드 관련 설정과 filter 플러그인을 혼합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3.4. 프로그래밍과 커리어 패스/빌딩에 관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멘토링 과정에서 멘토님의 의견과 인사이트를 정말 많이 담아 들은 것 같다. 어떻게 어떤 정보를 찾아봐야 하는지, 커리어 관리, 입사 시 고려할 부분들, 개발자 취업 시장에 대한 견해,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무엇을 공부해야할지, 내 기준으로 앞으로 어떻게 커리어 빌딩을 하는게 좋을지 등등 주변에서 쉽사리 구할 수 없는 피드백들을 많이 구했다. 결국 선택과 책임은 나에게 있지만 정말 많은 내공을 축적하신 멘토님의 의견은 많을 수록 좋으니까!
3.5. 건강도 얻었다.
퇴사하고 풀타임으로 공부하다보니 금방 건강에 타격이 왔다. 너무 일찍 피곤해지고 수면의 질도 떨어져서 잠을 자고 일어나면 더 자고 싶었다. (잠은 항상 더 자고 싶기는 하다) 좋지 않은 건강이 공부를 방해하니 건강하지 못한 습관들을 고치기 시작했다. 듣기만 하던 건강과 성공적인 커리어 패스의 연관성을 이때 처음 느꼈다.
F-Lab 슬랙 커뮤니티에 보면 #체육센타 라는 운동 인증 채널도 있는데 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많은 분들이 건강관리하면서 공부한다는 사실을 덕에 덜 힘들었던 것 같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저어어어엉말 건강한 삶을 살고있고 너무 만족스럽다.
3.6. 같은 상황에 있는 멘티분들과 서로 의지가 된다.
멘토링을 받으신 분들은 다들 비슷한 상황과 목적을 가지고 있다. 모두를 직접 만난적이 없어도 Slack 채널이 활발하고 공간적 제약없이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니 그래서 풀타임으로 공부하는게 덜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소심해서 의사소통의 시작은 쉽지 않았지만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approach 하다보니 어느 정도는 교류할 수 있어서 좋았다.
3.7. 멘토링이 끝나도 이별은 없다.
멘토링이 끝나도 F-Lab 커뮤니티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다. 다른 분들과 계속 교류할 수 있고 계속 여러 행사나 스터디에도 참여할 수 있고 알게된 다른 멘티 분들도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부작용이 적은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고마운 부분이다.
4. 마치며
건강, 커리어, 커뮤니티, 지식, 등 멘토링을 통해 얻은 것이 정말 많다. 당시 내가 내릴 수 있는 최고 & 최선의 선택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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